에릭슨은 일곱 살 때 아버지가 송아지 한 마리를 외양간에 들어가게 하려고 애쓰는 것을 보았다. 아버지는 고삐를 힘껏 잡아당기고 있었지만, 송아지는 앞발을 들고 버티면서 들어가기를 거부하였다. 어린 에릭슨은 깔깔깔 웃으면서 아버지를 놀렸다. 아버지가 말했다. "어디 네가 한번 해봐라. 얼마나 잘하는지 보자.". 그러자 에릭슨은 한 가지 묘안을 떠올렸다. 고삐를 잡아당기는 대신에 송아지 뒤에 가서 꼬리를 잡아당기자는 게 그것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에릭슨이 꼬리를 잡아당기자 송아지는 즉시 앞으로 달려 나가 외양간 안으로 들어갔다.
40년 후, 에릭슨은 환자들이 건강을 회복하도록 이끌기 위해 완곡한 간청의 한 방식인 <에릭슨 최면>과 역설적인 간청을 생각해냈다. 이런 방법의 유용성을 우리는 일상생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아이가 방을 어지럽히면 부모는 아이에게 방을 정돈하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말을 듣지 않기가 십상이다. 그런데 거꾸로 부모가 장난감과 옷가지를 더 꺼내다가 아무데나 던지면서 방안을 더욱 어지럽게 만들면, 보다 못한 아이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아빠, 그만 해요.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요. 정리 정돈을 해야 돼요."
반대 방향으로 잡아당기는 것이 때로는 옳은 방향으로 잡아당기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난다. 그것의 의식의 분발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인류의 역사를 보더라도 역설적인 간청을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끊임없이 사용되어 왔다. 인류는 두 차례의 세계 대전을 겪고 수백만 명의 목숨을 잃은 뒤에야 국제 연맹과 국제 연합을 생각해 냈고, 독재자들의 폭력을 겪고 나서야 인권 선언을 만들어 냈다. 또 체르노빌 사태를 겪은 뒤에야 안전 관리를 소홀히 한 원자로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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